아스날과 기성용 그리고 박주영
올림픽 때부터 심심찮게 아스날과 기성용의 링크 소식이 있더니 급기야 7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제시했다는 비교적 상세한 뉴스가 보도됐다. 다만 뉴스의 출처가 일단 질러의 the sun인지라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
많은 사람들이 박주영의 상황과 결부시켜서 기성용의 아스날 행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의견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여기서는 그 생각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1. 반 페르시와 꼬꼬마 미드필더진
최근 아스날이 주로 사용하는 포메이션은 전방에 원톱을 세우는 4-5-1이다. 여기서 박주영이 뛸 수있는 포지션인 공격수자리에는 아스날의 주장이자 확고부동한 주전인 로빈 반 페르시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국내 언론에서는 박주영이 원톱 뿐 아니라 윙 포워드 자리에서도 뛸 수 있다고 했지만 스피드와 드리블링의 특기를 가지는 현 아스날 윙 포워드들(월콧, 제르비뉴, 채임벌린 그리고 임대간 아르샤빈, 료 미야이치까지)의 성향을 봤을 때 박주영을 윙 포워드로 보고 데려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박주영에게 주어졌던 상황은 아래와 같다.
1) 확실한 주전이 있는 하나 뿐인 자리
2) 예년과는 다르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주전 선수(리그 전경기 출전)
3) 유독 치열했던 리그 4위 경쟁
위의 세가지 상황으로도 애초에 주어질 기회 자체가 적었음을 알 수 있고 그나마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도 박주영은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결국 벵거 감독의 플랜에서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서 (만약 아스날로 이적한다는 가정 아래) 기성용에게 주어질 상황은 조금 다르다.
정삼각형 모양으로 세 명의 선수를 쓰는 아스날의 중앙 미드필드 진에서 기성용이 뛸 수 있는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받치는 뒤쪽의 두 자리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수 중 그 두자리의 선수는 송과 아르테타가 주로 출전할 것이 유력하고 디아비와 램지 등이 그 뒤를 받칠 듯 싶다.(물론 꼭지점 자리의 윌셔, 로시츠키, 베나윤도 잠재적으로 출전 가능하다.)
기성용에게 주어질 상황은 아래와 같다.
1) 바르샤와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확고 부동한 주전(송)
2) 확실한 실력에 비해서 부상이 잦은 편인 또 한명의 주전(아르테타)
3) 아르테타가 빠졌을 때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던 팀
4) 11월까지 윌셔의 공백과 돌아온 윌셔의 컨디션 회복까지의 불확실성(1년 6개월을 쉰 선수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
5) 기존 백업 선수들(디아비, 램지)에 대한 감독의 낮은 신뢰
또한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당장 데려올 것 같던 프랑스 국가대표인 음빌라의 영입설이 무산된 듯 보이는 것 또한 아스날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 필요와 의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요인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와 강한 경쟁상대를 상대해야했던 박주영에 비해서 기성용에게는 비교적 풍부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당장의 주전자리를 욕심 내는 것이 아니라면 그의 경쟁상대 또한 박주영에 비해서 수월하고 또 디아비, 램지 정도의 경쟁 상대는 프리미어리그 하위 팀에 가더라도 만날 것이기에 기성용이 이들을 이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2. 비인간적인 벵거 감독
많은 사람들이 박주영에 대한 벵거 감독의 처사에 대해서 불공평하게 비인간적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정도의 불공평함은 축구팀 어디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인데 하필이면 그게 우리나라 선수인 박주영에게 일어났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래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 몇몇팀들의 세, 네번째 공격수들로 팀 내 위치가 박주영과 비슷한 선수들의 명단이다.
1) 맨유의 마이클 오웬, 베르바토프
2) 첼시의 루카쿠
3) 토트넘의 파블류첸코
약 10개월의 긴 시즌을 치뤄야하는 유럽 팀 입장에서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더블 스쿼드 + @의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어야 한다. 원톱을 주로 사용하는 팀인 아스날의 경우 세명의 공격수(반페르시, 샤막, 박주영)를 보유하고 있고 해당 선수들의 출전빈도는 팀내 비중과 감독의 플랜에 따라서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야 동메달 획득에 큰 기여를 한 국가대표 공격수이지만, 아쉽게도 아스날에서는 세번째 공격수 일 뿐이고 그만큼 출전시간도 다른 두 선수에 비해서 적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특히 반 페르시가 압도적인 활약과 건강한 몸상태를 보였기 때문에 두번째 공격수였던 샤막조차도 출전한 리그 경기가 총 8경기(7경기 교체)로 비교적 적었기에 박주영은 더 적은 기회를 부여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박주영은 아스날이란 팀에서 세번째 공격수라는 위치었기에 극히 제한된 기회를 부여받은 것 뿐이지, 벵거 감독이 박주영을 비인간적으로 무례하게 대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스날에서 박주영의 상황은 매무 안타까웠지만 기성용이 박주영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에게 비교적 많은 기회를 주는 벵거 감독의 성향을 봤을 때 다른 빅클럽에 비해서 오히려 많은 초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고, 초반에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을 경우 챔피언스 리그 주전 출장 등 빅클럽 소속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이 글은 기성용이 아스날에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쓰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박주영은 나가는 것이 최선인 듯 싶다.)
다만 아스날에 가는 것이 생각만큼 우울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고,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주어지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사 초반에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더라도 아직 어린 나이의 기성용이기에 그리 급할 것도 없지 않은가.
차주에 기성용의 현 소속팀인 셀틱의 챔피언스리그 예선이 있기 때문에 금주내에 이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바 가급적 기성용이 좋은 팀으로 이적해서 다가오는 2012-2013 시즌을 자신의 시즌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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