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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

by 케이피07 2012. 8. 17.

올 여름 내내 유럽 축구의 이적 시장을 달구던 반 페르시 이적 이야기가 결국 라이벌인 맨유행이라는 다소 충격스러운 결말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이로써 비에이라 이후의 아스날의 주장들은 모두 하나같이 팀을 옮기면서 아스날의 캡틴 완장은 졸업장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인가 싶은데...뭐, 어쨌든 이건 이번 글과는 별개의 이야기니까.
아, 아스날은 앞으로 캡틴 부여의 조건으로 5년 재계약을 걸어버리는 건 어떨까. 그럼 최소한 5년동안은 캡틴이 나갈 걱정은 안해도 되지않는가.

팀의 주포가 빠지면서 추가 영입이 필요한 아스날과는 반대로 맨유의 이번 여름 영입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둑해진 공격진과는 달리 몇년전부터 지적받아왔던 중앙 미들라인은 지난 시즌에 비해서 오히려 약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전의 몇몇 사례들에 개인적인 상상을 버무려서 한가지 추측을 해보려고 한다.
그 추측은 다름아니라 팀의 주포인 "웨인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로 전업"이다. 꽤 매력적인 카드가 아닌가?
맨유는 작년부터 스네이더, 모드리치라는 공격전개가 가능한 특급 미드필더들과 꾸준히 연결되면서 중원 보강의 의지를 보여왔다. 결과적으로 이적들은 모두 성사되지는 않았는데 이것은 맨유의 중원은 여전히 보강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의 눈높이를 맞춰줄 선수(기량, 이적료 등)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퍼거슨 감독의 주름을 더욱 짙게만드는 고민 요소가 아니었을까?
그런 와중에 맨유가 필요로 하는 중앙 미드필더가 갖추어야 요소를 두루 갖춘 루니의 전업을 생각하였고, 루니가 전업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공격진의 누수를 우려해서 반 페르시를 영입한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 개인적인 추측(이라고 쓰지만 소설에 가깝다)이다.
물론 밑도끝도없이 일단 전업시키자라는 의견은 당연히 아니고 그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넘치는 공격자원
맨유가 올 여름 영입한 카가와 신지에게 2011-2012 박지성이 맡았던 백업 윙어로의 롤도 물론 주어질 것이다. 다만 아래 세가지 요소를 근거로 카가와 신지에게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이 우선적으로 부여될 것으로 생각된다.
  1) 도르트문트에서 거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
  2) 좌우 사이드보다는 중앙에서 뛰는 것을 선호
  3) 맨유에서 친선 경기에서 대부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
그렇게 되면 두 명이 뛸 수 있는 맨유의 공격수 자리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은 총 6명(루니, 반 페르시, 웰백, 치차리토, 카가와 신지, 베르바토프)이나 있다. 이적이 유력한 듯 싶은 베르바토프를 빼더라도 5명의 공격수를 보유하게 되는데 문제는 5명의 선수들이 모두 너무나 쟁쟁하다는 것이다. 2011-2012프리미어리그 득점 1, 2위인 반 페르시와 루니는 물론이고 이미 검증된 나이 어린 선수들(웰백, 치차리토) 그리고 많은 이적료를 지급하고 데려온 선수(카가와 신지)까지 백업에 머무는 것이 어울리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결국 산술적으로 루니가 빠지더라도 작년만큼의 공격력(공격적인 면만 봤을 때 반 페르시가 루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되고, 상황에 따라서 루니가 공격수로 출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에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전업 시 공격진에서의 공백은 없을 것이다. 또한 루니의 활동량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더라도 2선에서의 적극적인 침투 등의 순간적으로 다양한 공격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가?

2. 루니의 플레이스타일 변화
루니의 과거 플레이 영상을 보면 지금에 비해서 저돌적이며 재기발랄했었음을 느끼게 된다. "아, 맞다. 루니가 예전에는 저랬었지" 라고 할까. 물론 지금의 루니는 과거에 비해서 팀 플레이에 능숙하고 정교한 플레이를 하면서 원숙미와 노련함이 느껴지지만 돌격대장같은 느낌은 이전에 비해서 분명히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년간 맨유 역습 시 루니가 공격의 시발점이 되어서 좌-우로 길게 넘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미드필더 라인에서 공을 주고 받다가 반대편 사이드로 정확히 넘기면서 좌-우밸런스를 맞추는 루니의 모습 역시 종종 볼 수 있었다. 물론 좁은 지역에서 감각적인 패스를 통해서 어시스트하는 루니도 여전하다.
즉, 루니는 의외로 정확한 롱패스와 감각적인 짧은 패스 능력을 통한 공격 전개 능력을 갖추었다는 말인데 공격 전개 능력, 이미 충분히 확인된 풍부한 활동량 그리고 준수한 수비 능력이라하면 바로 퍼거슨 감독이 찾고 있던 중앙 미드필더의 필수 요소가 아닌가?
물론 정상급 중앙 미드필더에 비해서 비교적 투박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격진에 여유도 있는만큼(그리고 중앙미드필더가 급한만큼) 충분히 시험해 볼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3. 퍼거슨 감독의 과거 전적
사실 퍼거슨 감독에게 공격수의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은 그리 낯선 경험은 아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처진 공격수 역할을 주로 맡던 폴 스콜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리면서 10년 동안 중앙을 든든하게 지킬 수 있었으며 공격수이던 앨런 스미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시켰던 경험도 있다.(이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또한 2011-2012 챔피언스리그에서 루니 역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 역시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이 단순히 허무맹랑한 소리만은 아니라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상 위의 세가지 이유를 근거로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전업을 추측하는 것이고, 이것이 현실적으로 꼭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다만 강추할 뿐!)
루니-반 페르시 투톱을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고..(웰백, 치차리토가 아깝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다만 루니가 간간히 보여주었던 플레이메이커 모드를 풀가동하면서 공수에서 맹활약하는 센트럴 루니를 보고 싶다는 생각과 타팀의 중앙 미드필더를 갸웃거리면서 정작 영입에는 번번히 실패하는 퍼거슨 감독을 향한 안쓰러운 마음이 더해져서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전업을 추측해본다.